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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의 초대시 - 하산일기 (下山日記)-

늘 고향은 묵묵히 변치 않는 산의 얼굴로 곁을 지키며 언제나 나를 바라보았다.



림삼 / 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詩作NOTE -

 

올커니, 목하 춘삼월이 열리었구나. 기나 긴 겨울의 질곡이 꿈인 양 스러지더니 어느새 따사한 햇살이 누리에 그득하다. 유별나게 극성스레 몽니 부리던 혹한의 세월이 봄눈 녹듯 꼬리 감추고, 바야흐로 소망과 생동의 계절이 이윽히 우리에게 도래했음이다. 누구라도 이맘 때라면 희망의 노래 한 소절 쯤을, 미래를 향한 흰소리 몇 마디 쯤을, 무언가 꼭 이룰 것 같은 기대에 젖어 목청 높여 볼 만도 한, 그런 계절인 것이다. 지금은, 지금이라면...

 

자주 오르는 산인데도 확실히 얼마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렷다. 필경 똑같은 자리지만 똑같지 않은 느낌으로 철푸덕 주저앉아 나를 반긴다. 전체적으로 파란 옷을 갈아입을 준비는 이미 마친 듯 하고, 숨어있는 바람의 숨결 소리나 움트는 초목들의 기운이, 산길 오르는 오솔목마다 진한 향기 품어 나에게 손짓한다. 이런 기운을 오롯이 받아 온 몸에 쌓으려고 오르는 산이니, 기꺼운 마음 되어 크게 호흡하면서, 오늘도 힘차게 걸음 내딛는다.

 

이제부터 하산할 때까지는 이 산과 나는 하나가 된다. 같은 생각으로 함께 숨 쉬며, 세상을 향한 온갖 감상과 감정들을 한 데 모아, 골고루 뒤섞어 반죽하고 이런 모양 저런 모양으로 몇 번이나 빚어내다가 가슴에 한 아름 담은, 머리에 한 가득 쌓은, 풍성한 이야기들을 한 보따리 장만하고선 한참 뒤 하산하고선 한 올씩 풀어내게 될 것이다. 평생 동안 나는 산에서 삶을 배웠다. 강원도 시골 산자락에서 나서 자라고, 거기서 꿈을 키우며 시를 배웠다, 철 들자 바로 서울 사람이 되어 어느덧 오십년을 허비해버렸지만, 늘 고향은 묵묵히 변치 않는 산의 얼굴로 곁을 지키며 언제나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오르는 이 산이 고향의 그 산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산은 어디 있는 산일지라도 항상 고향의 너른 품을 떠오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산끼리는 줄곧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고향 그리워 처량한 내가 고향 산의 느낌을 잊지 않게 해주라고 서로 당부를 하는 것 같다. 그리곤 전령 삼아 바람이 오가면서 심부름도 해주는 것일 게다. 예컨대 산이라는 제목으로 그 산이 여기 있는 한, 그리고 언제나 그 산을 내가 오르고 있는 한 산 사랑, 고향 사랑은 운명인 듯 어쩔 수 없이 꾸준하리라.

 

그러고 보면 고향 하면 떠오르는 게 어디 산 뿐이랴. 세윌이 아무리 흘러도 변함 없는, 오래 된 어릴 적의 친구들을 빼놓을 수는 없다. 나이를 먹다 보니 이런 저런 이름의 모임이나 참석해야 할 단체가 꽤나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고향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각종 동창회라면, 자주 가지는 못할지라도 가끔 얼굴을 보면서 늙어가는 벗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퍽이나 삼삼하다. 그런데 내게는 어떤 모임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모임 하나가 있어서 오늘 작심하고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모임의 제목도 없고 인원도 그저 일곱명이 구성원의 다이다. 예전 대학교 재학 시절, ‘두레이스(빛을 지닌 사람들)’ 라는 이름의 그룹사운드로 함께 추억을 만들었던 친구들의 모임이다. 글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절, 이십대 초반에 펄펄 끓는 청춘을 음악으로 승화시켜 발산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공유했던 우리는, 수십년이 흐른 지금 정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사는 모양이 같지 않고 길이 서로 달라서 삶의 대부분을 각자 헤어져 살다가 불과 수년 전에야 간절한 열망이 상통하여 자연스럽게 함께 모이는 만남을 시작하였는데, 그 뒤로 정기적인 만남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참 좋다.

 

일곱 명 중에 여섯명이 ROTC 출신이었고, 모두들 예능 뿐 아니라 운동신경도 좋아 많은 분야에서 동질감을 느끼면서 우정을 공고히 다졌던 우리들이었지만, 졸업 후에는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연락이 되는 친구들끼리는 서로 만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인원조차도 함께 모이기란 정말 쉽지 않은 게 우리네 삶의 현주소였다. 그러다가 회갑 즈음의 시점에 한 친구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한 자리에 모인 우리는 감격과 감동으로 얼싸안은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었다.

 

그러다가는 바로 음악과 추억을 주제로 한 열띤 대화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본래부터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들이지만 특히 서울과 일산에 거주하고 있는 두 친구는 오래 동안 테니스를 치면서 건강을 다지고 있었는데, 춘천의 친구가 고교 교장으로 정년퇴직을 한 뒤 운동광답게 마라톤, 야구 등을 전전하다가 급기야 테린이의 대열에 합류하더니, 요즘은 서로의 거주 지역을 오가면서 코트를 누비는 모양이 곁에서 보기에도 좋다.

 

대구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친구는 본래 축구선수 출신인데 지금도 조기축구를 쉬지 않고 있다. 그것도 정식으로 등록된 대구지역 시니어부 대표 골게터로 명성이 자자하다. 도대체 칠십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어떻게들 그렇게 체력이 좋은지 모르겠다. 나는 겨우 걷는 게 다인데 말이다. 물론 나도 수십년 동안 거르지 않고 새벽 등산을 습관화 했었다. 그러다가 여건이 허락되질 않아 정기적인 산행은 중단하고 그 뒤로는 하루에 만보 이상 이만보까지 걷기를 생활화 하고 있는데, 이제까지 칠년 정도를 단 하루도 빼지 않고 목표 달성을 하고 있으니, 실상 끈기로 따지면 어느 누구와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음이다.

 

또한 인천 남동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와, 지금은 원주에 터줏대감으로 뿌리를 내린 친구도 젊은 시절부터 운동 신경이 남달랐고 골격이 단단한 부류였으니, 건강 관리나 여가 활용은 알아서 잘들 하고 있으리라 여긴다. 앞으로 우리가 살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지만 이제부터는 더 열심히들 시간을 내서, 건강을 잘 지키면서 만남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처럼 사정이 허락되는 친구들은 부부동반으로 회동하는 이 전통도 그대로 이어갔으면 더욱 좋겠다.

 

우리가 모여서 합숙하며 같이 뒹굴고, 웃고 울던 귀한 추억이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모임은 그 어떤 모임 보다도 소중하고 찬란한 역사의 증거인 것이다. 오늘의 시작노트가 좀 변질되고 말았다. 공식적인 지면에 지나치게 개인적인 신변잡기를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게 되어 송구스러운 마음이지만, 사실 우리 친구들에 관한 자랑질을 한 번은 꼭 하고 싶었었다. 그러다가 고향에 관한 주제로 고향산을 이야기하는 도중 불현듯 친구들에 관한 생각이 떠올라 내친 김에 자랑 삼매경에 잠시 빠졌음이다.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가슴에 간직하고 조금씩 꺼내어 되새김질하면서 살아갈 참이다. 추억의 사진첩은 은밀하니까.

 

뒤늦은 나이지만 나는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야겠다는 삶의 목표를 다시금 정립하고, 달성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차근차근 그 날 해야 할 일과 달성 정도를 늘 체크하면서 꼼꼼히 일기를 쓰고 있다. 종이에 글로 써야 비로소 목표라 할 수 있다. 글로 쓰지 않은 목표는 단지 소원이나 희망일 뿐이다. 목표를 종이에 쓸 때, 그것은 머릿속에서 밖으로 나와 분명하고 만질 수 있는 물체가 된다. 어떤 목표든 종이에 쓸 때마다 자신의 무의식에 목표를 프로그래밍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일단 목표를 썼다면 무의식은 이를 명령으로 받아들인다. 구체적인 목표를 종이에 쓰면 수시로 목표를 보고, 만질 수 있고, 읽을 수 있게 된다. 그 목표가 무의식을 자극해 목표 달성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목표에 집중할수록 더 빨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언젠가 배운 목표를 향한 철학의 한 방편이다. 그리고 나는 그 철학의 신봉자다. 그리고 신봉자답게 철저하게 목표를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을 심산이다. 그렇게 나와 더불어 남의 삶을 귀하게 여기는 공동체 의식을 새롭게 배우고 있는 참이다.

 

요즘 우리는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단어인데, 그리고 정식으로 사전에 등재하기에도 부끄러운 말인데, 이제는 언론에서조차 심심찮게 이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의 지도자급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자주 애용하는 신조어가 되어버렸다. 어찌 보면 사람의 속성을 가장 정확하게 꼬집은 사자성어인 셈이다. 누구나가 자신의 과오는 인정하기 싫어하고 남의 잘못은 칼같이 끄집어 내려고 한다. 자기 합리화에는 적극적으로 임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침묵하면 생각이 깊은 것이고, 남이 침묵하면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이다. 내가 늦으면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고, 남이 늦으면 정신 자세가 덜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화를 내면 소신이 뚜렷한 것이고, 남이 화를 내면 인간 됨의 그릇이 모자란 것이다. 내가 통화 중이면 업무상 긴급한 것이고, 남이 통화 중이면 사설이 많은 것일 뿐이다. 내가 바쁘면 남은 잠깐 기다려야 하고, 남은 바빠도 나를 즉시 만나야 한다. 내가 아프면 일로 인한 피로 때문이니까 쉬어야 하고, 남이 아프면 기본 체력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내가 약속을 어기면 어찌하다 보니 사람이 그럴 수도 있는 것이고, 남이 약속을 어기면 기본이 안 된 것이다. 과연 자신은 일까? ‘일까? ‘+ = 우리. 이런 지극히 당연한 공식을 왜 잊고 살아갈까? 나도 혹시 무의식 중에 내 입장만 앞세운 적이 있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가끔 사용하는 우리라는 말이 새삼 정겹게 가슴에 와 닿는 오늘이다. 혹여 누군가로 인한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면 툭툭 털어 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멋진 날을 맞이하길 바라는 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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