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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의 초대시 '이별은 언제 어디서 하든 슬픈 법'

우리의 이별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었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림삼/칼럼니스트.작가. 시인

 

- 詩作NOTE -

 

가을이니까 필자가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 말고 모처럼 이별을 말해보자. 왜냐하면 이제 가을이거든. 사람이 사람과 이별하기에 아주 적격인 그런 계절. 그래서 왠지 모르게 슬퍼지고, 쓸쓸해지고,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 슬몃 흘려보기에 아주 안성맞춤인 그런 계절이니까 말이다. 이별할 사람이 없으면 그냥 아무나 하고라도 짧은 사연 하나 쯤 만들다가 순간적으로 멈추면 된다. 이별이 뭐 별 건가? 가슴에 휑하니 구멍 뚫리고, 그 크낙한 쿠멍으로 서글픔 몰려들면 그게 가슴 저미는 이별의 증거지. 남들도 다 하는 이별, 그저 밥 먹듯 흔해빠진 이별인 걸, 나라고 못할 이유 없지. 더구나 가을인데...

 

그런 마음 먹으려고 무지 애를 써본다. 가벼운 일탈일 뿐이라고, 그러니 그냥 단순하게 여기고 건설적인 일상에 전념하자고 스스로 다짐하며, 위로를 곁들여보기도 한다. 기왕지사 떠난 사람을 아쉬워한들, 그리워한들, 보고파한들, 뭐가 달라지려나? 마음 고생하는 나만 손해지. 이제부터는 손해보는 장사는 안 하련다. 그렇게 자신의 주체성과 자긍심을 북돋으며 하늘을 본다. 그러다가 이내 주루룩, 솟구치는 눈물에 어쩌지를 못하고 숨죽여, 속으로 속으로 울기 시작한다.

 

그래, 나 이별했다. 정말 별리라는 말은 생각조차 못하던 우리였는데, 남들이 어찌 보든 상관 안 하고,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고 굳게 약속한 사이였는데, 그래서 어떤 마음의 준비도, 이별후의 대책도 장만한 적이 없었는데, 무방비 상태의 내게 선전포고처럼 그니는 한 마디를 했다. 그저 짧은 한 마디였다. “우리 이제 그만 해.” 그리고는 이내 미련 두지 않겠다는 표정과 단호한 몸짓으로 우리 그림자를 지우며 걸어갔다. 나는 절망했다. 믿기 힘든 돌발상황에 어떤 대응도 못하고 그저 입 속으로 되뇌기만 했다. “이별이래. 이별이래. 이별.”

 

거의 폐인처럼 자신을 챙기지 못하며 보낸 몇날 동안의 삶은 실상 삶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무책임한 방치였다. 도무지 내가 저지른 어떤 과오나 실수가 떠오르지 않아서, 이별의 원인이나 귀책의 사유가 전혀 생각나지를 않아서, 아무런 해답도 추려낼 수 없는 난해한 문제라서, 나는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 쯤에서 몸뚱이를 던져놓은 채로 숨만 겨우 붙어있는 벌레였다. 순식간에 묘연해진 그니의 흔적에 망연자실한 나의 방황은 꽤나 오래 이어졌다.

 

살 던 곳도, 사용하던 전화도, 심지어는 친하던 교우관계마저도 깨끗하게 정리하고, 어느날 현실에서 훌쩍 사라져버린 그니의 행적은 도처에 수소문을 해도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나와의 이별을 위한 방편으로 그토록 잔인하게 증발을 선택한 그니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그리움이었기에 고통은 쉴 새 없이 심장을 쥐어짰다. 그렇게 나는 시들어가는 한 포기 풀이었다. 그러면서 나의 생기는 차츰 사그러들었다.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는 암흑의 나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야속한 세월은 아픈 상흔과 기억들을 고스란히 묻어둔 채로 속절없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이대로 맥없이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임을 깨달았고, 조금씩 기운을 되찾으면서 몸을 추스렸으며 차츰 일상의 삶에 복귀하게 되었다. 어차피 다른 도리가 없는지라, 남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 사회생활이라고 여기며, 인사치레로 억지 웃음도 간혹 짓고 다른 사람들과의 시시한 대화도 거부하지 않으면서, 주어진 시간을 적당히 적절히 소비했다. 이별의 후유증을 감추는 연습은 지속적으로 하면서...

 

그니의 부음 소식을 풍문처럼 들은 건 반년 쯤 흐른 뒤였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그니의 가족을 통해서 좀 더 자세하게 실상을 알게 되었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을 받고 서둘러 요양원에 들어갔다가, 뜻밖에 골수의 암세포가 다른 데로 빨리 퍼지는 바람에 곧바로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졌고, 불과 두 달 정도 지난 후에 하늘나라로 갔다는, 그래서 화장을 하고 강에 영혼을 뿌려주었다는, 그냥 영화같은, 소설 속에서 자주 나오는,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내용이었다. 그랬구나. 그렇게 간 거구나. 그래서 그랬던 거였구나. 그랬어. 그걸 모르고 나는...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렇다니까. 누구나 다 하는 이별인데,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이별이란 건 누구에게나 아프고 시린 이야기잖아.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해서 뭐 특별할 게 아니지, 아무렴, 그렇지. 세상 사람들은 저렇게 다들 잘 살아가고 있는데. 어차피 세상은 지금도 이토록 바쁘게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영원한 이별인 거라서 조금 더 애잔하기는 하갰지만 세월 지나면 그조차 다 잊혀질테지. 그런 걸 인지상정이라고 하는 거니까.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의연하게 돌아서다가 급기야 나는 정신을 놓았다. 응급실에서 잠시 깨어났다가 다시 정신을 놓았다. 악몽에 시달리다가 화들짝 놀라 깨어나서는 사실을 인지하고 또 정신을 놓았다. 그렇게 몇 번을 자책하고, 자성하고, 자학하고, 자해를 하면서, 하늘을 원망하고, 자신을 원망하고, 세상 모든 것을 원망하였다. 그리고는 지금, 40여년이 흘렀다. 나는 지금도 버젓이 살아있다. 오늘을 뻔뻔하게 살아가고 있다. 한 편으로는 기억 속에 깊이 감추어둔 슬픈 이별 사연을 가끔 꺼내서 혼자만의 시간에 맞추어 회한의 일기를 쓰곤 한다.

 

그리고 꿈을 꾼다. 잊을만 하면 다시 새로워지는 기억의 꿈은 어제 밤에도 선명한 생각의 날개를 달고 나를 찾았다. 어찌 이다지 생생한 이별의 슬픔을 계속 현실인 양, 꿈은 빚어내고 있는 겐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이미 그 시절의 다른 모든 일들은 전부 가물가물한데, 이별이며 만남이며 그동안 숱하게 인연의 이름 달고 삶의 페이지에 적어왔는데, 그렇기에 절절하게 가슴 시릴 일도, 화인처럼 뇌리에 박혀질 사연도 빈번히 겪으며 단련된 삶이거늘, 세월의 흐름에 비례하지 않는 이 꿈의 실체는 대관절 뭐란 말인가?

 

예컨대 나의 이별은 그래서 장황하다. 내 꿈 속에서의 이별은 늘상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인지 잠에서 깨어나면 언제나 베갯잇이 흥건하다. 그리고 그건 꿈이다. 꿈일 뿐이다. 안다. 다 안다. 그렇기에 정신 차리고 일어나는 아침은 다시 분주하다. 오늘 주어진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쩌면 남겨진 삶의 책임이며 도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삶이 다 하는 언젠가 이별했던 그니 앞에 다시 서게 되면, 그 때는 섣부른 오해나 터무니없는 포기 따위는 하지 않고, 긴 세월 마음의 짐이었던 더 긴 고백을 하리라. 그리고 무릎 꿇어 용서를 구하리라. 우리의 이별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었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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