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4 (목)

  • 맑음동두천 13.1℃
  • 맑음강릉 15.7℃
  • 맑음서울 13.1℃
  • 맑음대전 14.2℃
  • 맑음대구 14.7℃
  • 맑음울산 14.6℃
  • 구름조금광주 13.5℃
  • 맑음부산 14.7℃
  • 맑음고창 13.4℃
  • 구름많음제주 13.9℃
  • 맑음강화 12.8℃
  • 맑음보은 13.3℃
  • 맑음금산 14.0℃
  • 구름많음강진군 14.7℃
  • 구름조금경주시 14.8℃
  • 맑음거제 14.7℃
기상청 제공

종합

림삼초대 詩 ' 그림자'



림삼 / 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詩作NOTE-

    

잔인한 달 4월이 열렸다. 봄이 오는구나 하고 고개 돌리던 게 수삼일 전이라 여겨지거늘, 하마 봄의 한 가운데로 접어들었음이다. 대낮으로는 제법 따가운 햇살이 바투 여름을 재촉하는 듯도 느껴져 세월의 빠름을, 계절의 무상함을 아삼삼하니 맛보는 이즈막이다. 이제 원치 않더라도 부지런히 몇날 몇밤을 내닫다보면 정작 여름 기운에 혓바닥 빼물 날도 그다지 멀지는 않았을 거라 여겨지니, 새삼 조바심이 북돋아 소름오른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 그러고보니 실로 잔인한 4월이다, 우리 모두에게. 지금 겪고 있는 이 잔인함은 노벨상에 빛나는 ‘T.S. Eliot’황무지에서 진정 의미했던 것과는 또 다른 잔인함이리라. 도대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는 이 잔인함이 어찌 4월뿐이랴. 지난 2월도, 3월도, 그러했었고, 그리고 다음에 새로이 시작될 5월도, 또한 앞으로 다가올 6,7,8월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잔인함은 목하 계속되고 있다.

 

허기사 시인이 읊었던 잔인한 4월의 실상은, 만물이 소생하고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계절인데도 정작 자신의 마음은 힘들고 괴로워서, 대조되는 심정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었다고 한다. 필자도 처음 이 시를 접한 이후, 봄을 좋아하면서 찬란하고 따스한 봄햇살과 마주하거나 아름다운 꽃들과 마주칠 때면, 이 시 귀절이 떠오르곤 했다.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챙기기 시작했다. 행여 찬연한 봄 속에서 내 마음은 힘들고 고통스럽지 않은지를 살피면서 말이다.

 

찬찬히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를 격려해주고 토닥이며 잠시 멈춤을 한 채 숨을 고르면, 다시 걸어갈 힘을 얻고 나아갈 수가 있다. 우리의 긴 인생에서는 4월 같은 잔인한 날들이 수없이 있을 수 있다. 그러기에 언제나 정신을 다잡고, 무엇보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알아차리고 격려하면서 우선 닥친 이 4월을 잘 살아내야 하겠다. 이 잔인한 날들이 필경 우리를 성장시킬 것을 믿으면서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밥은 원래 인간이 먹기 위해 지은 것이다. 따라서 밥은 밥그릇에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밥이 모셔져야 할 마땅한 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데 있으면 문제가 생긴다. 밥이 개 밥그릇에 담기면, 그만 더럽고 초라한 개 밥이 되고 만다. 밥알이 사람의 얼굴이나 옷에 붙어 있어도 그만 추하게 느껴진다. 이미 밥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물에는 제 있을 자리가 다 정해져 있다. 간장 종지에 설렁탕을 담지 않고, 설렁탕 뚝배기에 간장을 담지 않는다. 버섯이 아무리 고와도 화분에 기르지 않는다. 인간도 자기 인생의 자리가 정해져 있다. 인간이라면 그 자리를 소중히 여기고, 제대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힘겨울 때는 한 숨 쉬었다 가면 된다. ‘정호승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 마디중에서 나오는 말이다. 잔인한 4월이라 하지만 따스한 봄햇살을 올려다보며 차분한 마음의 수양 쌓기에 안성맞춤인 날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틔우며,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 속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대관절 잔인한 4월을 탓하며 엉절거릴 짬 따위가 어디 있는가?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자. 인생 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오기 마련이다. 꿈과 희망이 있기에 내일이 아닌 그 훗날이 있지 않을까? 어제는 어제대로 좋았고, 오늘은 내일을 기대 기약할 수 있기에 더 좋은 것을, 내일을 위해 오늘 하루 즐겁게, 활기차게,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보내겠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다.

 

相好不如身好(얼굴 좋은 것이 몸 건강한 것만 못하고) 身好不如心好(몸 건강한 것이 마음 착한 것만 못하고) 心好不如德好(마음이 착한 것이 덕성이 훌륭한 것만 못하다)” 이 글은 중국 당나라의 마의선인이 쓴 마의상서(일종의 관상학)’에 나오는 유명한 내용이다.

 

마의선인이 하루는 시골길을 걷고 있는데 나무를 하러 가는 머슴의 관상을 보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래서 마의선인은 머슴에게 얼마 안 가서 죽을 것 같으니 너무 무리하게 일하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그 머슴은 그 말을 듣고 낙심하여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을 할 때, 산 계곡물에 떠내려오는 나무껍질 속에서 수많은 개미 떼가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보였다.

 

그 머슴은 자신의 신세와 같은 개미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나무껍질을 물에서 건져 개미 떼들을 모두 살려주었다. 며칠 후 마의선인은 그 머슴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이게 웬 일인가? 그의 얼굴에 어려 있던 죽음의 그림자는 사라지고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마의선인은 그 젊은 머슴이 개미를 구해준 이야기를 듣고 크게 깨달아 마의상서 마지막 장에 남긴 말이, 바로 위의 글귀다.

 

아브라함 링컨사람 얼굴은 뱃속에서 나올 때 부모가 만들어 준 것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공자나이 사십이면(不惑)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였다. 마음이 곱고 심성이 착하고 남에게 배려하고 베풀어 덕성을 쌓으면 사람의 관상은 은은하게 편안하게 변한다고 한다. 그래서 선하게 살면 해맑은 얼굴로 꽃피고 세상을 불편하게 살면 어두운 얼굴로 그늘이 진다. 마음의 거울이 바로 얼굴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인상 찡그리며 잔인한 4월을 탓하고만 있을 것인가?

 

필자는 오늘 아침에 행복 잎을 닦았다. 잎을 닦으면서 어떤 사람이 행복한 사람인 줄 알게 되었다. 행복 잎을 닦을 때는 한 손으로 잎 뒤 쪽을 받쳐주어야 한다.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이다. 행복 잎은 아래 쪽에 있거나 오래된 잎일수록 먼지가 많고, 위 쪽에 있거나 어린 잎일수록 먼지가 적다. 행복한 사람은 나이가 들거나 높아질수록 지는 짐도 많고, 어려움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행복 잎은 아주 어린 잎 외에는 모두 많은 상처를 입고 있으나 그것을 스스로 치유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행복한 사람은 상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상처가 많지만 스스로 치유할 줄 아는 사람이다. 행복 잎은 아무리 잘 닦아도 안 쪽 깊숙한 곳은 닦을 수 없다. 행복한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행복 잎은 한꺼번에 모두 닦을 수 없다. 한 잎 한 잎 정성껏 닦아야 한다. 행복한 사람은 큰 행복을 한꺼번에 이루려 하지 않는다. 일상의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행복 잎은 어린 잎일 때는 머리를 들고 위로 자라지만, 잎이 커질수록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낮춘다. 행복한 사람은 나이가 들고 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고개를 숙이는 겸손한 사람이다. 이 봄날에는 우리 모두가 아침마다 행복 잎을 닦는 부지런함을 지닌다면 참 좋겠다.

 

어느 날 한 스승이 제자들에게 말했다. “오늘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모두들 어깨를 최대한 앞을 향해 흔들어 보아라. 그 다음엔 다시 최대한 뒤로 흔들어 보아라.” 스승은 시범을 보이며 계속해서 말했다. “오늘부터 매일 이렇게 300번을 하거라. 모두들 할 수 있겠는가?” 그러자 제자들은 이렇게 간단한 일을 하는 것인데 뭐 어려울 것이 있겠습니까?”라며 웃었다.

 

이에 스승은 다시 말했다. “웃지 말아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가장 쉬운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일이다. 한 가지 일이라도 지속적으로 잘해 내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한 달 후 스승은 제자들에게 다시 물었다. “매일 어깨를 300번씩 흔들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제자들 가운데 90%가 자랑스러운 듯 손을 들었다. 또 한 달이 지나 스승은 똑같은 질문을 했다. 이번에는 80% 정도가 손을 들었다.

 

일 년이 지나 스승은 제자들에게 다시 물었다. “가장 쉬운 어깨 흔들기 운동을 아직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되는가?” 이때 단 한 사람만이 손을 들었다. 그는 바로 훗날 그리스의 대철학자가 된 플라톤이었다. 그리고 그의 스승은 소크라테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가장 쉬운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또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속적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 그것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 위대한 일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돌아볼 수 있는 모든 성공자들이 걸어온 길은, 한 때의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쉬운 일의 반복이었다. 사람이 태어날 때 마음은 모양이라고 한다. 그래서 네모난 모서리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라면서 모서리는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깎여지고 다듬어지게 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모서리는 깎여버리고, 이 되어야 철이 들었다고 말하게 된다고 한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 둥근 마음.... 그러다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둥근 마음은 변한다. 어떤 때는 부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토라져 삐지기도 하고, 그래서 사랑을 하면 둥근 마음은 모양이 된다. 그렇지만 도 하나의 모서리를 가지고 있다. 그 모서리로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도 한단다.

 

그렇지만 를 자세히 보자. 뾰족한 부분이 있는 반면, 움푹 들어간 부분도 있다. 그렇다. 사랑은 움푹 들어간 부분으로 뾰족한 부분을 감싸줄 수 있다. 그래서 사랑은 모양이란다. 사랑이 왜 모양인지를 이해했으니, , 나가 아닌 우리 모두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할 거다. 지구가 둥글고 태양이 둥글고 달이 둥근 이유를 아는가? 바로 우리의 삶을 둥글게 살라는 무언의 표상이라고 한다.

 

둥글게 일하자. 모나게 일하면 다치는 사람이 많아진다. 둥글게 즐기자. 모나게 즐기면 끝에 가서 꼭 싸우게 된다. 둥글게 말을 하자. 모난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둥근 사람은 친구가 찾아오고, 볼수록 넉넉하다. 아무리 모난 마음으로 왔다가도 둥근 사람의 따뜻한 마음에 그만 녹아버리고, 아무리 큰 문제를 안고 와도 둥근 사람 앞에서는 작아지고 만다.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이 봄, 잔인한 4월인가? 아니면 둥근 4월인가? 내 마음 먹기 따라 달리 보여지고 달리 느껴지는 이 한 달, 우리에게 그림자로 따라붙는 우리의 얼굴들이 환한 웃음으로, 행복한 느낌으로 충만해지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의정

더보기

LIFE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