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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의 초대 詩 '이계절'

바람 소리 쌩쌩 들리는 낯선 여인숙의 하룻밤. 어쩌면 우리가 사는 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림 삼/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詩作NOTE -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가 지났다. 이날은 첫눈이 내린다고 하여 소설(小雪)’이라고 부른다. 태양의 황경(黃經)240도일 때며, 양력으로 1122일 또는 23일 무렵, 음력으로는 10월에 든다. 그리고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 15,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大雪)’ 전 약 15일에 자리한다. 중국에서는 소설 후 5일씩을 묶어 ‘3(三候)’로 삼았다. ‘초후(初候)’, ‘중후(中候)’, ‘말후(末候)’가 그것으로, 초후에는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고, 중후에는 천기(天氣)는 오르고 지기(地氣)는 내리며, 말후에는 폐색되어 겨울이 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설을 명절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눈이 내릴 정도로 추위가 시작되기 때문에 겨울 채비를 한다. 그러나 한겨울에 든 것은 아니고 아직은 따뜻한 햇살이 비치므로 소춘(小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때는 평균 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첫 추위가 온다.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전할 정도로 날씨가 급강하하는 계절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설 전에 김장을 하기 위해 서두른다.

 

이미 농사철은 지났지만 여러 가지 월동 준비를 위한 잔일은 남아있다.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며, 목화를 따서 손을 보기도 한다. 또 겨우내 소먹이로 쓸 볏짚을 모아두기도 한다. 한편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 농사가 잘 된다고 한다. 대개 소설 즈음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진다. 이때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 추위를 손돌추위라고 하며, 뱃사람들은 소설 무렵에는 배를 잘 띄우려 하지 않는다.

 

고려 23고종이 몽고군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몽진을 가던 때라고도 하고, 조선시대에 이괄의 난을 피해 인조(仁祖)’가 한강을 건너던 때라고도 한다. 사공 중에 손돌(孫乭)’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피난을 가는 왕을 모시고 뱃길을 서둘렀지만, 왕이 보아하니 손돌이 자꾸 일부러 그런 것처럼 물살이 급한 뱃길을 잡아 노를 젓는 것이었다. 왕은 의심이 갔다. 그래서 신하를 통해서 물살이 세지 않은 안전한 곳으로 뱃길을 잡으라고 하였지만 손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왕은 의심을 이기지 못하여 선상에서 손돌을 참수(斬首)하고 말았다.

 

손돌은 죽기 전에 억울함을 하소연 하였지만 소용이 없음을 알자 바가지를 하나 내놓으며, 물에 띄운 바가지가 가는 길을 따라 뱃길을 잡으라고 말하였다. 물살이 점점 급해지자 일행은 하는 수 없이 손돌이 가르쳐준 대로 바가지를 물에 띄웠다. 바가지는 세찬 물살을 따라 흘러갔으며, 왕을 실은 배도 그 뒤를 따랐다. 무사히 뭍에 내린 왕은 그때 가서야 비로소 손돌의 재주와 충심을 알았다.

 

또 다른 전설에서는 손돌을 죽인 후에 더더욱 세찬 바람이 불고 물살이 급해졌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싣고 가던 말의 목을 잘라 제사를 모셨더니 파도가 잠잠해졌다고도 한다. 뭍에 도착한 왕은 곧 후회를 하였지만 손돌의 목숨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대명리 덕포진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장지(葬地)를 정해 후하게 장사를 지내주었다고 한다. 이때가 1020일이었는데, 매년 소설 즈음인 이맘때가 되면 찬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 무렵에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자세하게 나오는 내용이니, 구태여 이리 장황하게 본 지면에 소개하여 나열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사실상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라 해도, 평소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면 지극히 당연한 사연들이 왠지 낯선 이야기처럼 신선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필자도 스산스레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이즈막이 과연 어떤 절기에 해당하고 있는 건가를 궁금해 하다가, 정보를 검색하는 참에 흥미가 동해 자세하게 소개하게 되었다.

 

허기사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간다고 해서 오늘의 진리가 내일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는 건 아닐테고, 언제나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우리에게 고단한 여정을 요구하면서 도도한 얼굴로 존재할테니, 언제나 일관된 목표와 소망으로 내일을 향한 걸음을 걸어가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리라.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이미 흘러가버린 것들이니까 말이다. 사람도 가버리면 다시 오지 않는다. 그렇게 인연도 세월 따라 흘러간다. 한때 품었던 꿈도 다 흘러가버린다.

 

그렇게 우리가 만나는 시간과 사람은, 그리고 꿈은 흘러가버리는 것이 분명하다. 있었던 그 사람은 없고, 그 친구도 없고, 그 꿈도 없다. 그래서인가? ‘테레사 수녀는 인생을 이렇게 표현했다.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그것도 아주 남루한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지내본 사람은 그 말의 뜻을 알 거다. 생경하고, 낯설고, 춥고, 고독하고, 잠은 오지 않고, 바람 소리 쌩쌩 들리는 낯선 여인숙의 하룻밤. 어쩌면 우리가 사는 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아주 짧고 낯설게 가버리는 세월, 하지만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것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내줬던 마음, 내가 받았던 온정, 내가 품었던 꿈의 기운, 내가 애썼던 노력의 정신, 세월은 가고 사람도 가지만 그 마음은 남아 있는 것, 바로 거기에 우리가 사는 의미가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발자국에는 어떤 마음이 스며들고 있을까? 지금도 좋은 시절이 흐르고 있다. 문득 떠오른 마음의 풍경을 옮겨본다.

 

부자로 살지는 못하더라도 그럭 저럭 넉넉하게 살아보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봤지만, 돈이 모아지는가 싶으면 꼭 무슨 일이 생겨 모아둔 돈 홀딱 까먹고, 개털 되고, 넉넉하게 살기는 개뿔,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다 놓아버렸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고 새처럼 훨훨 날아가는 것같이 가벼워져, 가진 것 없지만 마음이 넉넉하게 풍요로워졌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돼서 밤마다 그리워하며 잠도 설치고, 눈을 뜨나 눈을 감으나 늘 신경 쓰다 보니 밥맛도 안 나고, 이젠 정말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겠구나, 이젠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하겠구나 생각했지만, 사랑에 무슨 놈의 이유가 구구절절 복잡 다양하게 먼지처럼 붙는지, 사랑을 이루기는 개뿔,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다 놓아버렸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고 새처럼 훨훨 날아가는 것같이 가벼워져, 잠도 잘 오고, 일도 잘 되고, 밥맛도 나서 살맛 나는 것 같다.

 

좋은 글을 잘 써보려 길을 가다 즐비하게 뿌려지는 전단지든, 지역 광고 신문이든, 커피숍에 진열해 놓은 책이든, 어디를 가든 눈에 보이는 인쇄물만 있으면 읽다 보니 상식과 지식이 늘어난 것 같지만, 아는 체 잘난 체 하게 되고, 졸필인데 글을 쓴다 하니 자랑하는 것 같이 되고, 좋은 글, 좋은 시를 잘 쓰기는 개뿔,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좋은 글, 좋은 시 쓰는 것을 놓아버렸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고 새처럼 훨훨 날아가는 것같이 가벼워져, 좋은 글, 좋은 시는 못 쓰지만 이런 낙서를 해보며 편안하게 웃음이 나오게 됐다.

 

정말 웃기는 노릇 아닌가? 세상사가 어차피 다 그런 거다. 사람이나 원숭이나 오십보 백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연구용으로 원숭이를 붙잡으려면 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한다. 그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일부 과학자들이 목 부분이 기다랗고 좁은 유리병들을 덫으로 준비한 뒤 밀림을 찾아가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다음에 그들은 각 병 속에 온갖 종류의 열매들을 집어넣고 땅 위에 말뚝으로 고정시킨 뒤 원숭이가 잡힐 것으로 확신하면서 텐트로 돌아갔다고 한다.

 

다음날 그 장소로 가 보니 정말로 원숭이들이 여러마리 잡혀 있었다. 그들은 열매 냄새를 맡고 병이 있는 곳에 다가와 그 속에 손을 집어넣고는 한 손 가득 열매를 쥐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그들의 주먹은 병의 좁은 목을 통과하기엔 너무 크다. 그렇다고 열매를 놓고 손만 빼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참 바보같은 놈들이야.’하고 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도 역시 이런 어리석음을 따르고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 우리의 손에는 현재 온갖 문젯거리들이 가득 쥐어져 있는데도 도무지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그것들을 걱정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슨 걱정을 하고, 어떤 근심에 쌓여있든 하늘의 구름도 흘러가고, 강물도 흘러가고, 바람도 흘러간다. 생각도 흘러가고, 마음도 흘러가고, 시간도 흘러간다.

 

좋은 하루도, 나쁜 하루도, 흘러가니 얼마나 다행인가? 흐르지 않고 멈춰만 있다면 고인 물처럼 삶도 썩고 말텐데 그렇게 흘러가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픈 일도, 힘든 일도, 슬픈 일도, 흘러가니 얼마나 감사한가? 세월이 흐르는 건 아쉽지만,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으니 참 고마운 일이다. 그렇다. 어차피 지난 것은 잊혀지고, 지워지고, 멀어져 간다. 그걸 두고 인생이라 하고, 세월이라 하고, 회자정리라 하고, 그렇게 우리는 많은 말들을 덧붙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해 질녘 강 가에 서서 바라보는 노을이 너무 고우면, 넋놓고 바라보는 그것이 낙조인 줄 미처 모른다. 그러다 정작 어두운 누리를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게 되는 게 우리 삶인 것이다. 누구나의 인생이든 다 그런 거다. 깨닫지 못하면 놓치고 마는 신기루같은 것이다. 쉬임없이 흘러가는 모든 삼라만상의 진리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그래서 남겨진 유한한 삶이 더욱 복되고 평탄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의미있는 겨울 초입의 하루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이 무럭무럭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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