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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의 초대 詩 '굿'

우리 서로에게 항상 더 풍성한 나눔과 성장이 있길 소망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면 정말 좋겠다.



림삼 / 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詩作NOTE -

 

림삼 제 8시집인 우짜 멧시지가 웁노?’ 중에 수록되었던 시다. 얼추 30년 쯤 전에 지어진 시인 듯 싶다. 참 오래된 시이긴 한데 모처럼 옛 시들을 돌아보다가 눈에 들어왔다. 예컨대 굿판이라고 하는 어떤 어촌 마을의 자그마한 행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참을 멈추어서서 심취하여 머물렀던 추억이 새삼스럽다. 아마도 경험치 못했던 실체를 겪고 있다는 충격이나 신비한 광경을 목도한 환희가 어우러졌을 게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제법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기억 때문에 웃음 머금게 된다.

 

더불어서 굿이라고 하는 제목에 집착하여 생각의 꼬리를 이어 가본다. 사전에서는 무속의 종교 제의. 무당이 음식을 차려 놓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귀신에게 인간의 길흉화복을 조절하여 달라고 비는 의식이다.’ 라고 이 단어를 정의한다. 또한 일반적인 의미로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거나 신명 나는 구경거리라고도 풀어놓고 있다. 필자의 시 제목인 굿은 물론 전자의 풀이에 해당하지만 문득 요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정치판의 행태들을 보면서, 뭐라고 딱히 쉽사리 정의 내리지 못할 지경의 굿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어떤 것이 정의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민생을 위한 것인지 그 기본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지도자들의 광기 어린 몸부림들이, 마치 세 살 짜리 어린 아이에게 칼을 들려 굿을 펼치게 하는 무책임한 짓거리같이 느껴져 내심 한숨만 나오게 된다. 누구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 건지 도무지 갈피를 잡기 힘들어 차라리 애매모호하다. 운동경기라고 여겨 우리 편이니까 무조건 응원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판처럼 적군을 무찌르듯이 다 때려잡아서 승리해야 한다는 논리도 마땅찮고, 그렇다고 아예 외면하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도저히 진정을 할 수가 없다.

 

대관절 우리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진저리나도록 아직도 잡히지 않는 코로나19’의 망령, 끝없이 추락하는 경제의 총체적 난국, 불신과 불화의 의식이 팽배해져가는 사회적 대립 양상, 무기력과 자포자기의 서민들을 습격한 물가상승의 실상들,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얼마나 시급하고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인데, 소위 지도자라고 하는 무리들은 오늘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싸움질만 일삼고 있다는 말인가?

 

오래 전 유행했던 대중가요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하는 노래의 가사가 떠오른다. 이거야 원,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 요지경 세상에 빠져서 정신병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안 되겠다. 살아야겠다. 혼자라도 바짝 정신 차려야겠다. 남들이 무언가를 해주기 바라서는 아무 것도 될 일이 없다. 우선 누구보다 내가 먼저 생각하고 움직이며 닥쳐진 현실을 타개해나가야겠다. 그러니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힘을 내야만 하는 거다. 그리고 힘을 조금만 더 내서 넘어지거나 지쳐 쓰러진 이웃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우선 한 사람부터라도.

 

비록 아무 능력도 없고 권력이라고는 개미 눈꼽만큼도 갖지 못한 가난한 글쟁이 주제지만 잘 생각하면 못난 필자도 이웃과 나눌 작은 무엇인가가 있을지 모른다. 얼른 그걸 찾아내서 함께 나누고, 갈증과 기아에서 더불어 탈출하는 작은 계기라도 되어보자. 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나서서 손잡아주자. 아직은 모든 걸 내려놓고 아주 포기할 때는 아니니, 혹여 지금 당장 잠 깨지 못한 이웃들을 깨우기 위함이라면 열심히 주어진 종을 흔들어 소리를 내자. 그렇게 세상에 시끄러운 경종을 울려보자. 그게 우리라는 조직에게 속한 필자 개인의 최우선 할 일이다.

 

그러니 원망과 질책만 하면서, 화를 내고 성질만 돋우면서 오늘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대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를 내면 그 화는 메아리가 되어서 반드시 나에게 되돌아온다. 내가 낸 화를 상대가 화로 받아쳐 바로 돌아오기도 하고, 은근히 가슴을 후비는 신경전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사람들 간의 끝없는 뒷담화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니 화를 낼 때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불쾌지수가 높은 날들에는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더욱 절실하다.

 

내가 찾아낸 일상 생활에서의 명상. 천천히 행동하기, 천천히 걷기. 밥을 천천히 씹어 먹기, 물을 천천히 마시기, 종종 하늘 쳐다보기, 가급적 말을 덜 하기, 설거지 걸레질 같은 단순 반복의 집안일 하기, 목욕탕 안에 들어가 눈감고 가만히 있기, 될 수 있으면 컴퓨터와 핸드폰을 멀리 하기,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이문세의 옛사랑눈 감고 듣기, 생각날 때마다 심호흡하기, 잠들기 전 기도하기.” 김준기의 넘어진 그 자리에 머물지 마라중에 나오는 글이다.

 

명상은 생각보다 참 가까이 있다. 우리의 삶 모두가 명상이 될 수 있다. ‘지금, 여기그 순간에 기쁨으로 몰입하고, 그 결과가 자기 성찰과 치유로 이어지는 것이 생활 속 명상이다. 하루 하루의 삶 속에서 기쁨과 환희를 누리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한다. 이 아사리판같은 현실에 맥없이 굴복하지 않고 오롯이 소신과 기상을 견지하는 착한 노인으로 늙어가고 싶다. 비록 가진 것 많이 없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과 더불어 함께 웃음지으며, 어울려 같이 호흡하는 참된 이웃으로 기억되고 싶다.

 

금붕어가 작은 어항에서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기억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람쥐의 건망증은 더 심하다고 한다. 도토리를 땅 속에 묻어두고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 덕분에 싹이 나서 상수리나무 숲을 이룬다고 한다. 잊지 못해서 힘들 때가 있지만 잊어버림으로 득이 되는 일들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기억해야 할 것들도 많지만 잊어버려야 할 것들도 너무나 많다. 그런데 잊어야 할 것을 잊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전진하는 데 방해가 되고 삶의 에너지를 소비시키는 경우가 많다.

 

연필에는 지우개가 달려 있다. 이것은 잘못 썼을 때 지우기 위함이다. 또한 지우개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실수 투성이의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잘못 쓴 것은 지우개로 지우듯이 우리 삶에서 잘못된 것들은 지우고 잊어야 한다. 지난 날의 실수나 실패의 쓴 잔, 원한이나 미움, 자신의 약점이나 신체적 결함은 잊고 살아가면 좋겠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고마운 일들과 감사할 일들은 가슴 깊이 꼭 간직하며 살아간다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 서로에게 항상 더 풍성한 나눔과 성장이 있길 소망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면 정말 좋겠다.

 

모처럼 사람이 갖춰야 할 덕목에 관한 글을 좀 올려야겠다.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 중에는 4대문이 있다. 이 중 동대문은 인()을 일으키는 문이라 해서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대문은 의()를 두텁게 갈고 닦는 문이라고 해서 돈의문(敦義門)’, 남대문은 예()를 숭상하는 문이라 해서 숭례문(崇禮門)’, 북문은 지()를 넓히는 문이라는 뜻으로 홍지문(弘智門)’이라 했다. 중심에는 가운데를 뜻하는 신()을 넣어 보신각(普信閣)’을 세웠다.

 

이렇게 옛 한양 도성은 오상(五常)’에 기초하여 건립하였던 것이다. 오상이란 (), (), (), (), ()’으로 인간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기본 덕목이다.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불쌍한 것을 보면 가엾게 여겨 정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고,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악한 것은 미워하는 마음이며, ‘()’사양지심(辭讓之心)’으로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야 하며 남을 위해 사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고,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이며, ‘()’광명지심(光名之心)’으로 중심을 잡고 항상 가운데에 바르게 위치해 밝은 빛을 냄으로써 믿음을 주는 마음이다.

 

보신각이 4대문 중심에서 종을 울리는 것은 인의예지를 갖추어야 인간은 신뢰할 수 있다는 유교적인 철학이다. 그리고 ...’ 4가지가 없는 사람은 사가지 없는 놈’, 싸가지 없는 놈이 된다. 이제까지는 그냥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인 줄 알았던 이 단어가 알고보니 심오하고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오늘부터라도 우리는 仁義禮智를 잘 알고 싸가지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필자는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지 잘 닦이고 곧게 뻗은 넓은 길보다는 오히려 구부러진 길이 좋다. 어린 시절 구부러진 길을 가다보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필자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길을 갈 때 항상 갈 길이 조금 멀더라도, 대로보다는 소로나 골목길을 택해서 가게 된다. 고속도로처럼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난 길보다, 한 동네를 구불구불 돌아가는 골목길. 풀향기가 자욱한 시골 마을인 양 구불구불 안고 돌아가는 그런 길을 필자는 좋아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칼날같은 직언과 직설보다는 내면의 향기를 품은 은유와 여유로 구부러진 길모퉁이를 돌아서 가듯, 보일 듯 말 듯한 생각을 놓고 가는 그런 사람이 좋다. 웅변하듯 큰 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말 많은 사람보다는, 조용히 음미하며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함축적인 의미를 담는 한 마디를 남저음 목청으로 넌지시 던지며, 자기 이해를 구하는 그런 사람이 좋다.

 

오늘은 특히 산과 마을을 품고 돌아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이해심 많은 세상의 인연들을 만나고 싶다. 아무런 장애도 없는 길을 걸어온 사람보다는 구불구불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나는 눈물겨운 삶의 향기가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좋다. 구부러진 내 마음의 오솔길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난다. 그러면서 오래 전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던 그 굿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서 좋은 인연으로 맺어져 길조를 불러오는 상서로운 징조의 굿으로 이어지기를 염원하며 한 여름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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