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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초대시 '彼岸 피안'

‘흘러야’ 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때 막힘이 없고, 자연스럽고, 썩지 않는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처럼 흐르는 것이 지혜다.

림산 / 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詩作NOTE -

 

현세를 차안(此岸)’이라 한다면 피안(彼岸)’은 불교에서 해탈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간 존재는 미혹(迷惑)과 번뇌(煩惱)의 세계에서 생사유전(生死流轉)하는 상태라고 보는 불교의 교의(敎義)에서는 미혹한 생존을 차안이라 부르고 이에 대하여 번뇌의 흐름을 넘어선 깨달음(涅槃)의 세계를 피안(pāra)이라 부른다. 미혹의 차안에서 깨달음의 피안에 도달하는 것이 도피안(到彼岸)’으로 산스크리트어로는 ‘pāramitā’라고 하며 바라밀다(波羅密多)’라고 음역되고 있다.”

 

철학사전에 게재되어 있는 내용이라서 심오하고 난해하다. 한 마디로 다시 설명하자면 피안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아니하는 관념적으로 생각해 낸 현실 밖의 세계를 일컫는다. 살아가는 누구나 현재의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항상 무엇인가가 부족하고 모자라기 때문에 끊임없이 충족을 추구하고 갈구하며 찾아 헤맨다. 욕심과 소망을 적절히 안배하여 합리화시키면서, 목표니 목적이니 하는 합당한 이유로 자신의 처세에 제목을 붙이며 더 나은, 그리고 더 부유한 삶을 위해서 분투한다.

 

그러다보니 현실에서는 보여지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은 또 다른 어떤 세계를 항상 그리워하며, 막연한 기다림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의 속성이다. 그렇기에 피안의 세계는 우리에게 영원한 로망이며 불변의 꼭지점이다. 어쩌면 죽기 전 언젠가는 기필코, 아니면 죽어서라도 반드시 다다르고 싶은 열망과 염원의 정점이 바로 피안이라는 이름의 미혹이 아닌가 싶다. 허기사 부질없는 인간 속성을 파헤치려다보니 웬지 조금은 씁쓸한 심사다. 어쩌지 못하는 속물인 필자의 속내를 고백하는 모양새라 괜시리 낯이 붉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내남 할 것 없이 주어진 삶의 울타리 안에서, 놓여진 여건과 환경에 적응하여, 맡겨진 목숨 부여잡고 실랑이하다가 노을 지듯 저물어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것은 애저녁에 깨우친 진실이고, 세상사라는 게 마음 먹은대로 풀리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니, 그럭저럭 채워지지 않는 만족에도 순응하면서 나이 먹어가는 것이 순리라는 것 또한 일찌감치 터득한 이치인 것을...

 

그러니 해탈한 후의 내세라는 뜻이기도 한,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저쪽 언덕일 수밖에 없는 피안은 이제부터 조금 덜 그리워하고, 당장 처해져 있는 현실에 해당하는 이쪽 언덕인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궁리하는 편이 어쩌면 더 적확한 과제일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아침 우선적으로는 자신의 몸가짐, 마음 씀씀이를 먼저 돌아볼 일이다. 하루의 날을 어찌 살아냈느냐 하는 공적들이 모여서 삶의 줄거리가 되고 이력이 된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작은 일에서부터 충실하게 메꾸어갈 일이다.

 

긍정적인 생각은 불치병도 치료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매거진인 토요 리뷰(Saturday Review)’노만 카슨편집장이 난치병에 걸렸다. 모든 관절이 약해져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무서운 병이었다. 그 병의 완치 확률은 0.2%였다. 노만 카슨은 병상에서 우연히 한 건강서적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부정적인 정서는 신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인 생각은 살균작용을 한다.”는 내용이다.

 

노만 카슨은 그날부터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만한 책과 TV프로는 전혀 보지 않았다. 비극적이거나 폭력적인 것들을 피하고,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것만 읽고 보았다. 그리고 누구도 자신에게 부정적이거나 비극적인 말을 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그의 병실에는 즐거운 음악이 흘렀고 희망적인 책들이 가득 쌓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노만 카슨은 1년 후 퇴원했다. 그의 표정은 입원할 때보다 훨씬 밝았다. 다 나은 것이다.

 

인간은 심리적인 동물이다. 마음의 생각은 그대로 육체에 전달된다. 긍정적인 생각은 질병을 내쫓고, 마음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한다. 사실 현대인들에게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자기 자신의 상황을 점검하면서 좋은 생각을 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때를 생각해 보자. 시속 120킬로미터로 달리며 서로 추월하려고 할 때에는 많은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그저 앞으로 달리는 데에만 신경 쓸 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더 많은 일을 더 빨리 해내는 데에 급급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야 할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들을 희생시킬 때가 있다. 너무 피곤해서, 혹은 너무 세세한 일에 몰두하느라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집에서도 피곤하기는 직장에서나 마찬가지다. 쉬는 날에도 밀린 일 처리를 하느라 개인 생활은 뒷전이다. 그러다 보면 주위 사람들은 점점 우리의 관심과 배려를 포기하고 급기야는 멀리하기 시작한다.

 

좋아질 기색 없이 점점 악화되기만 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길은 전혀 없다. 멈추지 않는 한 결과는 불변이다. 멈추기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혼자 몰두하여 진행하는 일에서 빠져나오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만약 컴퓨터로 이메일을 처리하는 데 매일 몇 시간씩 보내고 있다면, 하루나 이틀쯤은 컴퓨터 사용을 중단해 보자. 그러면 이메일을 처리하는 시간 동안 놓쳐버린 중요한 일들이 하나 둘씩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하던 일을 멈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멈췄을 때 무엇을 하느냐다. 이 때 해야 할 일이 바로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고 듣는 것이다. 바로 관심을 가지는 일이다. 실은 필자도 늘 말 뿐이지 실제 행동으로는 제대로 옮기지 못하던 일이었는데 척 마틴의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깨닫고, 요즘에는 조금씩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먼저 오늘 하루부터 진실로 관심을 가져야 할 삶의 요인을 살펴보며 시작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절대 조급해 하지도 말고, 근시안적으로 목표점을 설정해놓고 안달하는 습관도 버리고, 물 흐르듯이 순리대로 세상을 관조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는 물의 막힘없는 특성을 취한 것이고, 어떤 사람은 지혜를 흐르는 물에 비유했는데, 이는 자연스러움을 취한 것이며, 어떤 사람은 지혜는 물과 같다.”고 했는데, 이는 썩지 않은 성질을 취한 것이다. 옛사람들이 지혜를 언급하면서 반드시 물로 비유한 것은 어째서인가?

 

이는 정조의 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중에 나오는 내용이다. ‘상선약수 (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노자의 사상에서, 물을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기어 이르던 말이다. ‘지혜는 물과 같다는 뜻과도 통하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흘러야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때 막힘이 없고, 자연스럽고, 썩지 않는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처럼 흐르는 것이 지혜다.

 

지혜로운 사람은 걱정과 근심이 있을 때도 나약해지기 보다는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알며, 남다른 뛰어난 능력으로 모든 일을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사람이다. 베풀 줄 아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작은 것에서부터 진정한 사랑을 나눌 줄 아는,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따뜻한 사랑이 있는 사람이다. 칭찬 받을 만한 사람은 억울한 일로 참을 수 없는 순간에도 감정을 억제하며, 깊은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마음이 넓고 부드러운 사람이다.

 

믿음이 있는 사람은 남의 허물과 단점이 보일 때도 쉽게 드러내기 보다 넓은 가슴으로 감싸 안으며, 그 영혼이 잘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겸손한 마음으로, 무릎 끓고 두 손 모아 기도해 주는 사람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고민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주어진 하루의 삶을 어떤 색으로 칠을 할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답은 익히 알고 있으면서 또 다른 공식을 찾아 헤매는 습성이 문제다.

 

의좋게 지내던 형제가 사소한 오해로 다퉜다. 어느날 아침, 한 목수가 형의 집을 찾았다. “혹시 도울 일이 있을까요?” “마침 잘 됐군요. 저기 개울이 보이죠? 그 옆이 제 동생 집입니다. 지난주까지 풀밭이었는데 동생이 둑에 구멍을 내 개울이 생겼어요. 저를 골탕 먹이려고 한 거겠죠. 동생 집이 안보이게 울타리를 쳐주세요.” 형은 목수에게 일을 맡기고 장을 보러 갔다. 그런데 해질 무렵 돌아온 그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울타리 대신 다리가 생긴 게 아닌가. 그 다리는 동생 집까지 이어졌다.

 

그 때 동생이 건너오며 말했다. “형은 역시 대단해! 지난 일을 용서하고 길을 만들다니. 내가 너무 미안해.” 형은 말없이 동생을 꼭 안았다. 그 사이 목수는 떠날 채비를 했다. 형이 소리쳤다. “잠깐만요! 고맙다는 말도 미처 못했는데요.” 그러자 목수가 답했다. “마음은 알겠지만 난 지금 떠나야 합니다. 세상에는 이런 다리가 필요한 사람이 많거든요.”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기왕이면 현실의 세계에서만 이어지는 게 아니라 다다르기 힘든 피안의 세계에까지 이어지는 굳고 튼튼한 다리를 만드는 목수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일구어가는 데 일조를 담당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나 하나 힘들고 어렵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희생하고 봉사하는, 척박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들을 싹틔우는 생명의 샘이 되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아직은 더운 여름의 언저리인 8월의 끄트머리다. 속 시원한 냉수라도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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