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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의 초대 詩 '들국화 꿈'

누구에게나 절대 고독의 시간이 있다.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 외로운 시간이다.



림 삼 / 칼럼니스트.작가. 시인

詩作NOTE -

 

계절이라는 게 참 한결같다. 어느새 부는 바람에 스산함 담겨 있으니 이대로 가을 깊어갈 심사다. 조석으로 이불깃 여미며 여물어가는 가을 냄새에 흠뻑 취하다보니, 새삼 높아진 하늘이 세월의 무상을 탓하는 듯 싶고, 눈 앞의 가을 풍경 아삼삼하여 감상이 물결친다. 이제 올 해도 석달 남짓 남겨진 게로구나. , 세월의 빠름이라니... 어찌 이리도 쏜 살과도 같단 말인가.

 

실은 이 나이 먹고보니 계절의 바뀜이나 절기의 흐름에 그다지 신경을 써야 할 만큼 감성이 물씬 샘솟는 것도 아니고, 세월에 따라 일상의 진도가 달라질 바가 없으매, 어차피 그 날이 그날이라 매양 한 통속이지만, 그래도 가을이 익어가면서 낭만은 아주 잊지 않아 얼마 남지 않은 감동 쥐어짜며 싯귀절 가다듬는 스스로의 모양새가, 아직은 살아있음으로 여겨져 조금은 흐뭇하다. 늙은 몸이지만 다시 한 차례 추스르면서 기력 일으켜 하루를 살아내자고 나름껏 거동을 해보는 아침나절이다.

 

가을꽃은 봄꽃의 신선함이나 여름꽃의 화려함과는 다른, 고아하고 단정한 아름다움을 듬뿍 머금고 있다. 코스모스가 그렇고 분꽃이나 방울꽃도 그러하지만 특히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 그 중에서도 들길이나 산자락의 구석지고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앉아 자그마한 웃음으로 순한 얼굴 보여주는 쑥부쟁이, 구절초, 씀바귀꽃같은 들국화 무리들의 단아한 손짓을 필자는 외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을이면 어디에서든 가던 걸음 멈추고 쭈그려 앉아 한참을, 반갑게 맞는 그들과 이야기 나누느라 종종 다른 약속시간을 잊곤 한다.

 

올 가을도, 일부러 찾지 않아도 간간이 시야에 들어오는 꽃들을 후미진 골목에서 만나 낯익은 해후를 즐기는 호사를 누리다보니, 어느새 이만큼 계절은 가을을 빚어가고 있구나 싶어 한결같은 계절의 섭리를 감탄하는 바이다. 세월의 빠르기는 나이와 시속이 비례한다고 하니, 어느덧 필자의 세월 시속도 이제 슬슬 과속을 우려해야 할 70km를 목전에 두었다. 노약자 보호구역의 테두리에 속해버린 셈이다. 어쩐지 씁쓸하고 서운한 기분이긴 하지만 그러니 어쩌랴. 그저 연륜과 경험이 무르익은 셈 칠 수밖에.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작가다. 작가는 홀로 맞서야 한다. 어느 누구도 대신해서 글을 써줄 수 없다. 그 누구도 대신해서 삶을 살아줄 수 없다. 세상 사람과 더불어 함께 살지만, 홀로 맞서 절대고독의 높은 돌담벽을 넘어서야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 이 글은 고도원절대 고독중에 나오는 내용이다. 누구에게나 절대 고독의 시간이 있다.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 외로운 시간이다.

 

언제나 엄중한 시국을 풀어가야 할 정치가에서부터 새로운 일에 몰두하는 예술인과 직업인, 코앞에 이른 수능 시험 준비에 열중하는 고3 학생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홀로 맞서야 하는 사람들이다. 물러설 자리가 없다.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삶의 좋은 작품이 나온다. 우리네 삶에서도 같은 진리가 적용된다. 비록 홀로 외롭게 투쟁하는 것 같은 삶의 궤도이지만, 누구나 똑같은 절대 고독의 행보 속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완성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서로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기대면서 인연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많은 사물과 자연에 기대어 살아간다. 우울한 날에는 하늘에 기대고, 슬픈 날에는 가로등에 기댄다. 기쁜 날에는 나무에 기대고, 부푼 날에는 별에 기댄다. 사랑하면 꽃에 기대고, 이별하면 달에 기댄다. 허기사 우리가 기대고 사는 것이 어디 사물과 자연 뿐일까? 고독한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내가 건네는 인사는 타인을 향한 것이고, 물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 아닌 타인이다. 나를 울게 하는 사람도 타인이며, 나를 웃게 하는 사람도 타인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비스듬히 기댄다는 것은 그의 마음에 내 맘이 스민다는 일이다. 그가 슬프면 내 마음에도 슬픔이 번지고, 내가 웃으면 역시 내 마음에도 기쁨이 퍼진다. 서로 기대고 산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인연이겠거니 여겨진다.

 

그 인연의 언덕은 어느 날은 흐리고, 어느 날은 맑게 갤 거다. 흐리면 흐린 대로, 개면 갠 대로 그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서로 기대고 살아가는 인연의 덕목일 것이다. 가까운 길이 있는데도 멀리 돌아가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방법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일부러 찾지 않고 순리 대로 행하는 것이다. 뉴질랜드에는 지금도 작은 다리 하나만 놓으면 금방 건널 수 있는 강을 30분이나 돌아간다고 한다. 일부러 돌아가도록 다리를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돌아간다.

 

쉬운 것을 어려워 하고, 가까운 데 있는 것을 멀리에서 찾고, 늦게 깨닫고 후회하고 아쉬워 한다. 실패와 성공, 기쁨과 슬픔도 모두 멀리 돌아가는 이야기다. 혼자 너무 멀리 돈다고 애태우지 말자. 겪을 것은 겪어야 알게 된다. 멀리 돌아야 많이 보고, 많이 보아야 많이 안다. 어차피 인생이란 먼 길을 도는 것이다. 급히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어느 길이 진리이고 정도인지는 속단할 수 없다. 어느 길에서도 삶의 정답은 숨어있는 법이다.

 

정해져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아니, 너무 정해진 것들이 많아 일정한 틀을 벗어나고 싶은지도 모른다. 꼭 이 길을 가야만 하는 게 아닌데, 사람들은 이 길을 가야만이 인생이 성공하는 것처럼 말한다. 사랑도 인생도 모든 게 틀이 있는 것은 아닌데, 마치 짜 맞추기 시합이라도 벌이는 듯, 하나를 향하여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것 같다. 인생은 퍼즐과도 같은데, 순간 순간이 소중한 퍼즐 한 조각인데, 한 조각이라도 빠지면 퍼즐은 미완성이 되고 말지만, 꼭 인생이란 것이 완성되어야 할 퍼즐게임도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흔히 시간과 경주를 벌이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자신을 내어 던진다. 인생은 그게 아닌데. 조금 늦게 가면 어떤가? 가다가 들국화 꽃향기도 맡아보고, 가다가 파아란 하늘에 양떼구름도 보고, 그러면 좋쟎은가? 우리는 작은 꽃에서도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썩지 않는 씨앗이 꽃을 피울 수 없듯이, 자존심의 포기 없이는 생의 꽃봉오리를 맺을 수 없다. 분명 이 세상은, 자존심도 지키고 목적도 달성하는 그런 어리석은 공간이 아니다.

 

모름지기 우리는 낮과 밤을 동시에 보낼 수 없으며, 봄과 가을을 동시에 즐길 수 없다. 밤의 어둠을 지나야 아침의 찬란함이 찾아오고, 여름의 장마를 지나야 가을의 들판으로 나설 수 있다. 부디 자신 안에 있는 자존심을 꺾자. 자존심만 포기하면, 흙과 태양과 비와 바람이 저절로 원하는 꽃을 가꾸어 갈 것이다. 그러니 옳고 그름이 분명할 때도 부디 자존심 대신 침묵하자.

 

또 다른 삶의 지혜로 우리는 인내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작은 샘물가에는 물이 조금밖에 없다. 길을 가던 한 나그네가 몹시 목이 말라 샘물가로 갔다. 그런데 샘물가에는 물을 떠서 마실만 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매우 투덜대며 돌아가 버렸다. 얼마 후 다른 한 사람이 샘물가에 왔다. 그는 물을 떠서 마실만 한 게 없는 것을 알고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물을 떠 마셨다. 조금씩 조금씩 마시면서 천천히 갈증은 가셔졌다.

 

만일 앞에 온 나그네가 성냄을 죽이고 조금만 더 생각을 했다면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의 차이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성냄과 분노를 참아내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더라도 그 순간에는 함부로 말을 내뱉지 말자. 화가 나는 순간 앞뒤 없이 내뱉는 말은 독을 뿜는 뱀의 혀끝처럼 상대에게 큰 상처를 남김과 동시에 자신마저 해친다. 다툼은 한 쪽이 참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두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과 같다.

 

다니엘 골먼은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 교수이며, 감성 지능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그는 천재와 일반인 차이를 분석했다. 둘 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차이만 있었다. 그는 결정적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모두 처음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러나 해결할 수가 없다. 이제 포기의 순간이 눈 앞에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이제 결정을 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차이가 발견된다. 보통 사람은 여기서 포기한다. 가망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여기서 포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골먼은 천재는 이 일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천재는 문제점을 머릿속에 입력시켜 놓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천재가 찾고 있던 방법은 완전히 다른 장소에서 종종 떠오르기도 한다. 의식 속에 문제점을 지우지 않으면 언젠가는 기회를 갖게 된다.

 

다이슨은 판매되던 진공청소기가 상당히 불만스러웠다. 진공청소기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흡입력을 유지하는 제품이 단 한 가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용하기 편리하면서 기존 제품이 가진 결함을 없앤, 기능에 초점을 둔 진공청소기를 개발하는 데 5년을 바쳤다. 교사로 일하는 아내의 수입에 의존하면서 가진 것을 모두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데 쏟았다.

 

그리고 정확히 5,127번의 시도 끝에 다이슨은 마침내 먼지 봉투 없는 신개념의 청소기 시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나서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품을 시장에 내어놓기까지는 약 15년이 걸렸다. 다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거의 매일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어렸을 때 했던 오래달리기가 떠올랐어요. 짧게는 1km부터 길게는 16km까지 달렸죠. 학교에서 그 이상은 달리지 못하게 했어요. 뛰다가 쓰러져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던 거죠.

 

나는 달리기를 썩 잘했는데 신체적으로 강해서가 아니라 결단력이 강해서였어요. 달리기를 하면서 결단력을 배웠거든요. 세상이 호응하지 않는 듯 할 때 많은 사람들이 포기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 오히려 좀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해요. 달리기 경주에 비유하자면 해낼 수 없을 것 같지만 고통스러운 과정을 참아내면 결국 결승점에 이를 수 있어요. 해결책은 결승점을 목전에 둔 시점에 등장하고는 합니다.” 포기하고 싶어지는가? 그럼 지금 다시 시작하자.

 

필자의 삶에서 앞으로 가을이 얼마나 더 열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필자가 남은 날 중에서 좋아하는 가을꽃과 얼마나 더 만나서 반가운 미소를 주고 받을지는 누구도 에측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가을에 만나는 가을꽃의 미소는 필자가 아니라도 언제나 그 자리에 다시 피어날 것이고, 누군가는 그 꽃을 바라보며 오늘 필자가 느꼈던 삶의 미소와 행복을 가슴에 담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가을은 영원하다.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필자의 올 가을이 빠른 시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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