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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 초대시 '산에서 온 편지"

고통과 상처의 기억들로부터 도망치지 않아야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



림삼 / 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詩作NOTE -

 

6월의 신록은 푸르르다. 6월의 산은 온통 초록이다. 목하 여름이 그 뜨거운 숨결을 준비하고 슬며시 눈치보며 숨을 토하기 시작하는 지금은, 모든 보여지는 것들이 오로지 녹음과 이어져있다. 그래서 여름의 산은 삶을 그대로 색칠한다. 6월은 여름의 문턱을 넘어 우리네 삶으로 열정이 잉태되는 계절이다. 그래서 6월의 산은 뜨겁고도 시원하다. 우거져서는 단촐하다. 그렇기에 6월의 산에서는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그리고 기왕지사 길이 엉켜 헤맬 양이면 차라리 철푸덕 주저앉아 한참을 산과 노닐다가 일어서면 된다. 그러면 다시 길이 보이니까.

 

흡사 인생의 한 자락이 그대로 산 속에 펼쳐지는 터수가, 어쩌면 갈 길 몰라 허우적대는 삶의 단면인 듯하여 때론 속절없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럭저럭 눈물 한 바가지 쏟고나면 그리 시원할 수가 없으니, 한 여름 산속에서의 통곡은 다시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어서 필자가 즐겨 찾는 짓거리다. , 뉘 볼세러 후미진 골짝 찾아드는 게 우선일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리 별쭝난 일탈을 감행한 날엔 유난스레 노곤하여 일찍 잠 자리에 들기도 하지만 이어지는 꿈결에는 퍽도 그리운 사람이 쉽사리 등장하는 바람에 은근히 기둘리기도 하는 모양이 남사스럽다.

 

실상 산다는 문제가 그리 녹록한 답을 갖고 있지는 못하고, 그렇다보니 누구나 한 번 사는 삶인데도 실수 투성이인 걸 보면 모름지기 삶의 길에 정도는 없고, 마땅히 제시할 공식도 없음이다. 가끔은 인생에 묻고 싶어진다. 왜 이렇게 끝도 없이 문제들을 던져주느냐고. 풀어도 풀어도 끝도 없고, 게다가 이거다 하고 내놓을 답도 없다.

 

이쯤 되니 인생이 하나의 농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답 없는 수수께끼 같은 농담 말이다. 그러니 농담을 걸어온다면 농담으로 받아쳐주는 편이 낫겠다. 허기사 심각할 필요 없다. 매번 진지할 필요도 없다. 답을 찾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농담을 못 받아치고 심각하게 대답하는 것처럼 센스 없게 살고 싶지 않다. 그렇다. 우리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고 현실은 궁상맞지만 과거처럼 비관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 이건 답이 아니라 리액션이 중요한 시험이니까 말이다.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 어떤 모양새로 그 길이 장식되어 발걸음을 재촉하게 될지 어차피 우리는 우리의 앞날을 모른다. 다만 우리의 오늘을 사랑할 뿐이다. 우리의 현실을 살 뿐이다. 늘상 입에는 달고 사는 주제이긴 한데 사실 그 본질이나 진실은 끝내 알지 못하는, 사랑이라는 제목. 그 누군가를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웃을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 사랑이라고는 하는데, 물론 그 말에 시비를 걸고 싶진 않다.

 

그렇듯 누군가에게 내 성의껏 작은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에 기쁨이 잔잔하게 밀려온다면 그게 사랑의 마음일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는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그냥 내가 바라볼 수 있으면 좋고, 같이 있으면 더욱 좋을 뿐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데는 아무런 이유가 필요 없다. 사랑에 이유가 생기면 오히려 금이 간 컵처럼 어느 것도 담아 둘 수가 없는 핑계가 되고 말며, 그러한 사랑은 이내 초라해지고 치사해진다. 그러므로 토달지 말고, 이유대지 말고 기쁘게 사랑하기다.

 

너 자신을 알라.” 세기의 명언인 이 간단한 명령문은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유명한 문장 중의 하나다. 얼마나 심오하고 의미심장한 원리가 내포된 말인가? 세상에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누구나 자신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집과 독선, 그리고 자만과 집착으로 이루어진 속내를 그럴듯 하게 포장하고는, 스스로에게 길이 들여진 자아를 마치 본래의 천성이었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표정 연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한 노력의 첫걸음은 자신과의 교류다. 뜻밖에도 자기 자신과 사귀는 법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어떤 감정을 밖으로 내보내고 어떤 감정을 보살펴야 할지 몰라 온갖 감정을 다 끌어안고 살거나, 모든 감정을 내보내버리고 감정 없이 사는 사람도 있다. 감정 관리는 자기 자신과 당당하게 마주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끊임없는 걱정과 고민들, 고통과 상처의 기억들로부터 도망치지 않아야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

 

삶에서 가장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때는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하는 때다. 감정은 애완견과의 산책과 같다. 내가 어디로 갈지는 애완견이 아니라 목줄을 쥔 내가 정하는 일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핑계나 명분이 필요하지 않다. 결과에 관한 탓이나 과정 중의 사유를 되새기는 것도 불필요한 행위다. 자기 삶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이라는 분명한 의지와 자아가 요구될 뿐이다.

 

지금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지나온 길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길이다. 내가 지나온 길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단서를 얻기 위해서다. 내가 지금 과거의 내 모습을 탐구하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되지 못할 것인지에 대해 힌트를 얻기 위해서다.” ‘바바라 애버크롬비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중에 나오는 내용이다.

 

어제까지 힘들었지만 오늘부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일들, 아무리 파헤쳐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들, 그 지나간 일들이 사실은 나로 하여금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예컨대 가장 중요한 삶의 핵심은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고, 그 자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게 바로 사랑의 본질이다.

 

어느 숲 속에서 살던 사향노루는 코끝으로 와 닿는 은은한 향기에 정신이 팔렸다. “이 은은한 향기의 정체는 뭘까? 어디서, 누구에게서 시작된 향기인지 꼭 찾고 말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사향노루는 마침내 그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섰다. 험준한 산 고개를 넘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사향노루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온 세상을 다 헤매도 그 향기의 정체는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서 여전히 코 끝을 맴도는 향기를 느끼며, 어쩌면 저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향기가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향노루는 그 길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절벽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심조심... 그러다가 한 쪽 발을 헛딛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사향노루는 다시는 일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사향노루가 쓰러져 누운 그 자리엔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죽는 순간까지 그 향기의 정체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몰랐던 사향노루. 슬프고도 안타까운 사연은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이 자리, 나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더 먼 곳, 더 새로운 곳,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 행복과 사랑 그리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들이, 끝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슬픈 삶을 마감하는 사향노루가 아닐까?

 

이제 이 6월도 금세 지나가고 더 뜨거운 절기로 이어지리라. 하루 하루 날짜가 흐르면, 폭염과 장마가 곁들여지는 우리의 여름이 우리 삶의 구석 구석에 더 진하게 스밀 것이다. 우리가 여름을 살아내는 동안 저 산은 더욱 짙게 무성해지고, 한층 더 싱그럽고 청아한 숨결로 그 향기를 실어보낼 것이다. 바야흐로 여름이다. 여름의 삶이다. 여름의 사랑이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2023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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